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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라이트 노벨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벼운 이야기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읽기 위해 책을 읽는다는게 싫다.
한 문장을 길게 읽더라도 여운이 길게 남는 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번 독서는 색다른 도전이었다.
워낙 주위에 라노벨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아 읽어 봤는데 솔직히 나쁘지는않았다.
책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생명의 가치와 관련된 철학적인 시도와 쉴새없이 전개되는 이야기 덕분에 페이지는 날아가듯 넘어간다.
그러나 이야기의 전개가 전부는 아니다.
글의 중간중간 주인공이 옛날 소꿉친구를 회상하며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
나는 그 대사들과 장면들이 현실적이면서도 이상적인 부분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인 남자는 자신의 첫사랑에 대해 좋은 기억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려한다.
그러다 연락을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좋은 추억을 간직할 것인지 아니면 한발 더 나아갈 것인지. 좋은 추억이 깨질 수도 있는 불확실함 속에서 고민을 하는 그의 모습에 나는 공감했다.
스쳐가는 대사와 문장들이 임팩트는 없지만 여운을 가진다.
아쉬운 점이라면 역시 일본 소설 특유의 불필요한 대사와 설명들이다.
‘수명을 사고 판다.
’라는 소재의 특성 때문인지 비현실적인 상황이 많이 펼쳐지는데 그 모든것들이 개연성 없이 우연에만 의지해서 일어나는 것도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특히 하루종일 실마리조차 찾지 못했던 사람을 그날 밤 우연찮게 재회하는 장면은 좀더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이야기가 끝났음에도 생각할거리가 남아있는 책은 좋은 책이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좋은 책이다.
얼마전에 포스팅한 이외수의 에서는 책의 말미에 이런 질문을 던진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도 비슷한 질문을 한다.
’죽기전에 만나야할 사람이 있다면 누구인가.’내일 죽는다면 돈도 펑펑쓰고 해야할 일이 아주많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대부분은 마음 속에 간직한 사람이 떠오를 것이다.
가족, 친구, 연인 등 그게 누구라도. 그리고 만나러 가지 않을까.이외수가 한 질문은 결국 죽기전에 누구를 만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죽는 순간을 누구와 함께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이다.
아마 그 누군가를 만난다면 시간은 짧고, 이야기가 긴 하루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