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톨… 피리 소리로 길이를 재다 [단위 이야기] 440 Hz와 기장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단위는 특정한 물리량을 가진 대상을 기준으로 했어요. 예를 들어 길이를 나타내는 큐빗, 야드(yard), 후트(foot) 등은 당시 왕족이나 사람들의 팔, 다리, 다리와 같은 신체부위의 길이로 정의되었습니다.

이렇게기준이된대상과단위는직관적으로유사한특성을갖는게보통이었어요.

그러나 물리량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는 어떨까요? 오늘은 소리에 대한 신선한 단위 조합을 살펴보겠습니다.

절대음감이라면 길이를 잴 수 있어?본격적인이야기에앞서소리의단위를먼저살펴보도록하겠습니다.

정확하게는 소리가 아니라 ‘주파수’ 또는 ‘진동수’ 단위입니다.

주파수가 높을수록 고음, 낮을수록 저음의 소리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나타내는 단위로 ‘헤르츠(Hz)’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헤르츠는 대문자로 표기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인명에서 유래한 단위입니다.

중국 역사에 등장하는 한나라는 초나라와의 전쟁 끝에 다시 중국 전역을 통일합니다.

이때도량형은진나라가통일된도량형을이어서사용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길이를 나타내는 데 음높이를 사용했어요.

어떻게소리를이용해서길이를나타낼수있었나요? 이거는소리내는악기에답이있어요.

중국 궁중음악인 아악에서 황종은 오늘날 음계 중 A음에 해당합니다.

이것은 주파수가 440Hz인 소리입니다.

한나라는 이 황종음을 내는 피리 ‘황종적’을 사용하여 길이의 기준을 정하였는데요.

황종적은 대나무로 만들어졌는데, 평균 길이가 곡식의 하나인 기장을 90알 늘어놓은 길이였습니다.

즉 기장 90 토르에 맞는 황종적을 제작할 경우 440 Hz의 황종음이 울리는 것입니다.

기장을 비롯한 곡물 알갱이는 개별 크기의 편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90알이라는 기준은 비교적 정확하고 편리한 기준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길이의 단위가 확장되어 갔습니다.

기장 1알의 길이를 1분으로 정하고 10배가 될 때마다 새로운 단위를 정했습니다.

10분은 1촌, 10촌은 1척, 10척은 1매, 10장은 1인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 1인 = 10장 = 100척 = 1,000치 = 10,000분

또 황종적의 규격을 이용하여 부피도 정의하였습니다.

길이와 폭이 비교적 일정한 황종적 안에 길이를 좁힌 것입니다.

황종적은기장1200알을채웠고,이와같은양의물의부피를1약으로정하였습니다.

*1곡 = 10말 = 100승 = 1,000합 = 2,000약

현재에 비하면 불편하고 오차가 큰 단위지만 당시에는 농업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에 어디서나 구하기 쉬운 기장을 이용한 길이와 부피는 비교적 편리한 단위였습니다.

약 1600년 후인 조선 세종 때에도 황종적을 이용하여 도량형을 정비했다고 기록이 나옵니다.

이 기준은 음의 높낮이로 시작하는 단위이기 때문에 절대음감이라면 음의 높낮이를 구분해서 길이를 판별할 수가 있어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음의 높낮이가 바뀌면 곡물의 양이 달라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440Hz보다 낮은 400Hz를 황종이라고 하면, 피리는 더 낮은 소리를 내기 위해 길어집니다.

피리가 길어지면 길이와 부피의 기준이 되는 기장의 개수도 더 많이 필요해지거든요. 백성 입장에서는 단순히 단위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세금으로 내야 할 곡식의 양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수수라는 곡식은 백성들이 쉽게 구할 수 있고 밀접해서 단위 적용이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도량형의 정의 방식이나 제도에 따라 삶의 모습을 바꾸기도 합니다.

초음파가 알릴 위험

소리로 길이를 재는 것은 고개를 갸웃거리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실제로 오늘날에도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소리는 파동이기 때문에 특정 소리가 가지는 파장의 길이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잠수함이 등장하는 영화로 잠수함 레이더에 적이나 장애물 등이 표시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음파를 이용한 거리 측정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잠수함에서 발생한 음파가 상대 잠수함 또는 장애물에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파장에 맞게 환산하면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원리입니다.

수중에서는 전자기파보다 음파(소리)가 멀리 전달되기 때문에 음파탐지기를 활용합니다.

또, 자동차의 후진 기능에도 소리가 활용됩니다.

차가 후진할 때 벽에 다가가면 ‘삐삐’하는 경고음이 울려 운전자를 주의시켜 줍니다.

이것은 후방에서 초음파를 발생시켜 장애물과의 거리를 측정하고 경고음을 내는 것입니다만. 측정에 사용되는 초음파는 사람의 귀에 들리지 않는 주파수이기 때문에 간과하는 경우가 많았군요.

같은 원리로 파장을 가진 전자파나 레이저도 거리를 재는 데 사용됩니다.

우리눈에는보이지않지만기본적으로가진성질을이용한단위가우리의생활속에녹아있습니다.

참고문헌 : 학점으로 읽는 세계 (김일성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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